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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22 응급실 by Q1

응급실

斷想/身邊雜記 : 2007. 6. 22. 11:01
응급실. ER.

옛날에 어깨빠져서 일요일아침에 성모병원 응급실을 갔었던 적이 있지만.

20대에 또 한번 가게 될 줄이야... ㅡ,.ㅡ

아침에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해서... 그냥 좀 참으려 했는데.
땀은 비오듯 쏟아지지, 머리는 어질어질하지. 거울 보니 땀범벅 된 왠 창백한 녀석이 날 멀뚱히 쳐다보고 있지..
근데 정말 아프더라. 아프다 못해 눈물나더라는. 정말 눈물나게 아프다는 의미를 뼈저리게 느꼈다랄까?

도저히 안되겠어서 회사 의무실 갔더니. 뭐 좀 누워 있어 보랜다.
땀 쏟아지는 건 좀 나아지고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상태가 영 아니었던지라..
가까운 경희 의료원 응급실.

배아파서 왔다고 하니 저기 날라리 환자들 모아 놓은 곳에 눕혀 놓구 기본적인 바이탈 체크.
심박수, 혈압, 산소농도.
심박수가 42 뜨는 거 보더니 갑자기 다들 호들갑 떨며 자리를 죽어가는 사람들 모여 있는 잘 보이는 곳으로 옮기더라는;;; 처음에 거기 눕게 다고 할 때는 "거기 말고 저리 가서 누워요~" 이러더니ㅡ.ㅡ^
그러고나서 묻는 소리가.."혹시 마라톤 하세요?"
(배 아파 죽겠거든요? 농담하려면 진통제나 좀 주고 하시죠?)
"아뇨 ㅡ.ㅜ"
피검사한다며 피뽑으며 그 자리에 링겔 꼽구, 아트로핀(?, '아'로 시작해서 '핀'으로 끝나고 중간에 '트'가 들어가는 무슨 약품)을 주사하더라. 심박수가 50정도로 슬금슬금 오르길레 모두 냅두던데... 저기요, 나 배아프거든요 ㅡ.ㅜ 배 아픈 거 좀 어케 해줘요~

근데 주인 닮아 게을러 터진 이 놈의 심장이 도로 태업 모드로 돌아섰다. 심박수 다시 다운. 44 뭐 이러더라고. 기계 달아놓은거 못 믿는지 간호사가 와서 매뉴얼로 혈압 체크하더니 60/40~!하고 외치더라.
아니 저기요. 저 아직 의식있는데 혈압이 그 따위로 낮아도 되는 건가요? 잘 못 재신거 아녜요? 라고 묻고 싶었으나 배 아파서 그럴 여유 부릴 정신은 아니었던지라...

그러곤 아까 그 약 1mg 넣겠단다. 그리고 좀 지나니 혈압은 150으로 치솟고 심박수는 90이 넘어가고... 갑자기 머리 열 나는 듯하고;; 제길 약물은 작작 좀 쳐 넣지... 완전 스팀팩이로구만-_-a

그리고 30분 냅뒀다가 X-ray 찍고 처음 날라리 환자 쪽에 쳐 박아 놓은 뒤 배 아픈건 신경도 안 써주는... 저 무심한 인간들. 미워라.
뭐 억울하게도 시간이 약인걸까. 나아지더라.

피검사 결과 백혈구가 조금 높으나 염증 판별하는 다른 치수들은 죄다 정상이라 장염은 아니랜다. 서맥은 약도 없다고 하며 하루 입원해서 지켜보는게 좋을 꺼 같으나(입원하면 회사에서 보험금 나온다~ ㅎㅎㅎ) 병실이 없으니 집에 가세요-_- 아니.. 저.기.요. ㅡ.ㅜ 그리고 길 가다가 갑자기 쓰러질 수 있으니 조심하시고 인공심박기 장착 하는 것도 고려해야 될 꺼라는... 협박까지 잊지 말고 덧붙여주시는 레지던트 아줌마의 센스에 어이 급 상실.
저거 달면 군면제인데-_-a 아쉽.


그리고 집에 와서 한 숨 퍼자고. 장염 아니라는데 밥 안 주고 죽주는 엄마 센스에 배고파서;; 동생 시켜서 너 나가서 바나나랑 군것질할 꺼 좀 사와라. 엄마 앞에서만 내 심부름 하는 동생 녀석인지라. 일부러 거실 가서 거실까지 불러내서 시켰다-_-

뭐, 이 때까지야 아주 여유 만빵. 컴터 켜구 바위하다가 근옥이형이 소개팅 하고 싶으면 MSN 들어오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MSN 들어가서 놀구^^;; 이랬는데...

11시 쯤에. 어... 어랏. 배가 또 아파 오는 거다.
아까 응급실에서 하도 오래 (4시간 넘게) 누워있었던데다가 집에 와서도 또 퍼질러 자서 허리도 아파서;; (그래 사실, 배 고픈거보다 허리 아파서 아까 자다 깼었다..-_-a) 침대에선 못하고 거실 바닥에서 떼굴떼굴 굴렀다. 배 아파서 가만히 못 누워 있겠더라. 비비꼬고 구르고 정말 쌩쑈가 따로 없었음. 아프다고 또 가만히 있다간 아까처럼 쇼크 와서 심박수 떨어지면-_- 그러다 혹시 실신하면-_- 게다가 울 엄마 운전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바닥치고, 벽치고, 일부러 더 난리 쳤다. 심박수 올릴려고...
정말 처절한 몸부림. 하루에 응급실 두 번 가는 건 좀...
근데 왜 우리 집엔 진통제는 하나도 없냐;;; 아파 죽겠는데.

한 시간 버티니깐 좀 가라앉긴 하던데... 정말 끔찍했던 기억.
다음날 결석인거 같아요 하고 병원 갔더니 의사가 어제 응급실 기록 보고 벙쪄서... 아니 결석인거 같담서 소변검사도 안 하고 심전도만 찍고 갔냐? x-ray도 가슴만 찍고-_-
결과 보더니... 혈액이 나올려면 확 나오지 쪼금 나와서 긴가민가하다고 초음파 검사 예약 잡고 가란다. 검사 예약 잡으러 갔더니 가장 빠른게 다음주. 이런-_-
다시 가서 진통제 받아서 점심먹고 출근했다.

어정쩡한 크기여서 그 사이에 나오면 다행. 계속 아프면... 고문.
결석이 무지 아프단 소리 들었는데, (아버지도 32 쯤, 동생 태어나기 전에 고생하셨단다. 엄마랑 응급실에 가 있는데 옆에서 집에 가자고 생떼 쓰고 난리 핀 3살짜리 애가 하나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만, 난 그런 기억 전.혀. 없음-_-)
아 정말 아파서 눈물이 나고 아파서 구르는 게 어떤 건지 체험해 보니... 정말 끔찍하더라. 24년전에 우리 아버지, 아파 죽겠는데 하나 있는 애가 아빠 여기 두고 집에 가자고 생떼 쓰고 있었으니, 얼마나 어이 없으셨을까...

담번에 회사에서 응급실 갈 일 생기면(설마, 또?) 고대병원가자고 해야지.
Posted by 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