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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30 환자 짓 by Q1

환자 짓

斷想/雜談 : 2008. 9. 30. 00:48
지난 화요일 입원해서 금요일 퇴원.

이비인후과 병동이긴 한데 하필 걸려도 어떻게 그렇게 걸렸는지 나를 제외한 다섯분은 모두 후두암 환자. 정말 밤새 가래 끓는 소리 기침 소리 가래 석션 하는 소리로 조용하기가 참 힘든 그런 방이었다. 원래 2인실 신청했었는데 방이 안 나서 -_-
(중간에 하루 남기고 나긴 했는데, 오늘 내일 하는 사람 옆이라 그 전 사람 이틀 내내 잠 못 잤던 방이라고 해서 관뒀다.)

나이들이 있으셔서 당뇨 때문에 혈당 체크/인슐린/식사가 맞물려 있는데 그거 식사 시간엔 엄청 부주하고 시끄럽기도 하고.

나일롱 환자 놀이하며 놀고 있던 입원 날, 난데없이 윤호한테 연락왔는데, 자기 친구 흉선암으로 죽었다고 강남성모병원 문상 왔다고 해서 로비가서 얼굴을 봤었는데...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니 나랑 중3때 같은 반이었던 애였다. 고영선. 중학교 졸업하고 소식을 전혀 몰랐는데, 첫 소식이 부고라니... 정말 어이가 없더라. 어이가 없어.

그렇게 나일롱 환자 놀이는 끝나고 다음날 아침 7시반 수술인데 밤새 변한 바이탈 체크한다고 간호사들이 4시반부터 돌아다니며 혈압 체온 체크 하는데 그대로 깨버렸다. 밤새 아저씨/할아버지들 때문에 새벽에 두어번 깼다 잔게 억울해 죽겠는데, 전날 밤 11시 쯤에야 맞은 링거는 부자연스럽고해서 수술시간까지 남은 시간 애써 눈을 더 붙여 보려 했으나 실패. 정말 그나마 간호사가 귀엽고 이쁘장해서 짜증은 차마 못 냈다만... 수술 전 나일롱 환자가 간호사한테 잠 못잤다고 왜 깨우냐고 짜증내는 거 생각해보면 웃기잖어? ㅋㅋ


마취 들어가면 정신 잃고, 회복실에서 고통에 몸부림 치고. 그 사이엔 기억 없고 ㅋ 방에 돌아와서 첫 진통제 맞을 때까진 정말 몸부림 쳤던 듯-_-
첫날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잠 깨어 있어야 마취약 빨리 배출 되고 그런다는데, 그래서 못 자게 하는데 정신은 비몽사몽이지, 저녁 7시까지 물 한모금도 못 마시지. 포도당 링거 꽂아 놓구 주사맞는 거 말곤 누워서 할 수 있는게 없는데-거기에 마취약 탓에 머리까지 깨질듯이 아프지- 정말 잠 못 자는 거 고역이더만. 물론 잤다-_-a

저녁에 물 마셔도 된다는데 윗니와 아랫니를 묶어 두셔서 마실 수가 없고, 시도 해봤는데 줄줄 다 흘러 나오더라-_-a 결국 주사기로 엄마가 조금씩 흘려 넣어주시는 거 이틈으로 빨아 마셨다.

그리고 밤엔 역시나 전날과 같은 소음 공해. 낮에 자둔 덕에 2,3시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나니 셋째날도 4시반에 어김없는 바이탈 체크. 엄마 꼬셔서 날 수술하게 만든 엄마 친구분 치과 출근 전에 잠깐 들르시고, 회진 돌던 이비인후가 박성천 의사 선생님 마주치고. 오랜만이라 반가운데 말을 할 수 가 있어야지 ^^;; 안 씻어서 정말 꼬질꼬질한데 뭐 이해해주겠지 ㅋ

병원 생활 해보니 환자 생활 패턴이 밤에 본인이 골골 거리느라 또는 옆 환자 골골 거리는 소리에(후두암 환자들, 이비인후과 병실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서로 잠 못자고 새벽 바이탈 체크 후 아침회진 마친 뒤 아침 식사가 7시반/8시라 이 시간 전까지 짜증이 극에 달하는 듯. (그러니 피 뽑으려던 간호사 된통 당했지) 아침 먹고 나면 그 때서야 눈 좀 붙히시거나, 아주머니들(남자 방이라 간병인이 아내분들 아주머니/할머니들이 많으셨다) TV 보실 때 같이 보시거나... 이러면 오전이 가고 점심시간.. 점심 밥 먹구 나선 오후엔 정말 자는 거 말고 할 꺼 없더라. 이 시간에 자둬야 밤잠 설쳐도 버틸 수 있는 듯. 나 같은 경우 오후 외래가 12시 1시반 이래서 정말 외래 다녀와서 잠만 퍼잔 거 같고. 너댓시 외래인분들은 자다가 짜증내며 가시기도 하고. 저녁 먹고 나면 퇴근 후 문병온 자녀들 덕에 화기 애애. 그렇게 저녁 시간이 지나고 9시 정도 주사 시간 지나면 10시,11시는 아주머니들 드라마 타임.

귀찮아서 안경을 벗고 살아서 티비도 하나도 안 보이고, 영어 단어책 하나 들고 갔는데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고, 인터넷 카드 30분짜리 하나 사서 마지막날 밤에 그 고비를 못 넘기고 인터넷 잠깐 했나? 잠 안오면 그냥 침대에서 멀뚱 멀뚱 누워있거나 친구들한테 문자 좀 보내고.

식사는 입도 못 벌리는데 미음도 아니고 죽 나온 첫날 아침에 GG치고. 점심에 막상 쌀 갈아서 만든 미음나오니 건더기 때문에 먹기 더 힘들어서 GG치고. (아침에 죽 국물만 떠 먹었어야 했는데 외래 다녀오니 퉁퉁 불어서 국물이 없어졌...) 결국 식사 모두 취소 시키고 포도당 링거 아미노산 링거로 바꾸고 당분은 쥬스로 보충하는 식으로 입원 생활 견뎠다.

집에 와서도 베지밀/누룽지 국물/죽 국물등이 추가 되고 맹물 대신 옥수수차 이런 걸로 바뀐 거 빼곤 식단이 달라진게 없다. 입원할 때 몸무게가 69.3이었는데 지금 65밑으로 떨어졌다. 처음 이틀만에 66으로 떨어진 거랑 비교해보면 몸이 굶는데 적응했나보다.
아마 이 상태로 뭐 먹으면 먹은 즉시 죄다 바로 뱃살로 갈꺼라는 거. 한가지 특이한 건 뱃살은 조금 들어갔는데 허벅지살은 전혀 빠질 기미가...

하튼 결론은 환자 짓거리 빡세다.
Posted by 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