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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4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2 by Q1
미네르바가 추천했다는 책들 중 대부분이, 경제학관련 책인 반면, 이것은 역사 관련 책이라 작년 언젠가 서점에 갔다가 주워 왔더랬다.

뭐 이래저래 치이고 밀리고 해서 이제야 다 읽었는데.

자본주의의 역사=착취의 역사라는 내 시각과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책이었다. 중세에 부르주아 계급의 생성단계-자본주의로 가기 위한 초기 자본의 축적 단계-에서 부터 1930년대 파시즘과 공산주의의 출현까지. 공산주의가 붕괴했다는 이유로 공산주의 관련된 챕터를 빼 버렸다는데... 글쎄 그 당시의 공산주의에 대한 시각을 한번 읽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역시 이런 부분이 대한민국의 한계라고 여겨진다.-

20세기 들어와서 미국에서 자행되었던 10세 미만의 아이에 대한 노동 -난 이게 18세기후반이나 19세기 초반의 먼 옛날 얘기일 줄로만 알았다.-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여주는데... ㄷㄷㄷ 그러니 공산주의가 생겨날 수 밖에 없지. 그렇게 노동자를 착취했으니 말이다. 14세 표준 노동시간이 하루 15시간? 성인은 하루 20시간 노동? 지나치게 많은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것은 노동할 권리를 빼앗는 거 -하늘에서 주워진 인권을 탄압하는 거란다- 라는 자본가들의 억지논리에 따라 노동시간 규제가 불가능했다는 얘길 들으니 ㄷㄷㄷ 아전인수가 그런 아전인수가 없더라는. 돈에 미친 인간들이 얼마나 추잡하던지.

내가 추상적으로 개념적으로 알고 있던 자본주의의 끔찍한 모습들을 사료를 들이대며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에 대한 인간 욕심, 욕망이 얼마나 더럽고 추잡해질 수 있었는지 -단지 과거 얘기가 아니다. 현재도 결국 인간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를 보여줬다. 그나마 세계대공황을 거치며 수정자본주의에 의해 어느 정도 규제가 되기 시작했는데, 그 놈의 신자유주의로 인간의 욕망이란 야수를 다시 들판에 풀어버렸다. 다시금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이유로, 생산력 증대를 위해 자본에 대한 규제는 아마도 더 줄어들어가겠지. 생산력을 증대 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본가의 탐욕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니깐. 단지 문제라면 그렇게 증대된 생산력의 혜택(궁극적으로 자본+권력)이 자본가에게만 돌아가고, 그것은 다시 착취를 위해 쓰일 뿐이라는 것. 자본주의 역사상, 성장 후 분배 약속이 지켜진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선분배가 성장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본가만의 성장을 제한하는 거라는 것. 대자본or 독점, 트러스트의 출현을 억제해 사회 총 소득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차피 대자본, 독점, 트러스트에 의한 수익은 극소수의 대자본가 가져가는 것으로 일반인 입장에선 나뻐지면 나빠졌지 크게 나아질게 있어 보이진 않는다. 성장과 분배는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고 하면 모를까. 적어도 확실한건 선성장, 후분배는 공약(空約)일 뿐이라는 거.

물론 세상에서 빈부의 격차를 없앨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그런 사회 시스템이 존재하여 운영된 적은 없다. (공산주의자들의 이상향인 원시공산주의도 부족장이란 권력자가 존재하는 불평등한 사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그런 노력을 게을리 or 포기 하는 순간 자본가로부터의 약자에 대한 착취를 제어할 유일한 수단은 없어지게 되는 거 같다. 사실 국가도 자본가의 자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자본가들이 인심, 선심 써서 덜 착취해주는 거 뿐인거다만. 사실, 노동조합이 역제어의 키일 수 있긴 한데, 노동조합도 권력화 되면 자본가 집단과 똑같아져 버리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면, 국가를 대신할 만한 수단은 아닌 것 같다. (정의로운) 국가 -어디까지나 존재한다는 가정하에-가 노동조합과 자본가 둘을 갖고 서로 피드백 제어를 하겠다면 모를까.

고삐 풀린 망아지랄까? "수정"자본주의의 규제에서 해방된 -규제가 존재하기 전- 원초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60여년전의 책을 통해 지금의 자본주의를 바라보자면,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규제를 없애고 200년 전 자본주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거라는 거. 그 본연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책에 적나라하게 적시되어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제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 궁극적인 결과가 어떨지.

내 의견은... 유럽식 사회주의 노선과 미국식 (무식한) 자본주의 노선 사이에서 좋은 점만 골라서 잘 균형잡힌 우리만의 한국형"수정"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게 가장 좋은 모습일 텐데. 미국꺼가 무조건 좋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까? 각 문화의 배경에 따라 같은 원리여도 적용되는 시스템이 달라야 한다는 것. 그게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걸까?
물론 실험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는 우리가 겪어야 되는 고통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더 좋아지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인 듯하다.
Posted by 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