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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8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by Q1
요새 홀짝제라 출퇴근 반은 지하철이라 예상보다 빨리 읽었다. 다 읽은 지 좀 되었지만, 요새 바빠서.. ㅋㅋ
스포 당연히 있다. 책 읽을 생각 있거나 하면 보지 말것.

내용은 기억상실증 -무슨 특이한 종류였다. 자기 기억만 잊고 책에서 본 것은 하나도 안 잊은 이상한. 기억은 없고 지식은 남았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에 걸린 주인공이 자기 기억을 찾기 위해 고향 집 다락을 뒤지며 여러 옛 책들을 통해 기억을 재구성해 가는 얘기이다.

책 2권이 3줄로 끝나네 쿨럭-_-

에코의 자전 소설이라 오해 받을 정도로 정말 방대한 분량의 책들에 대해 언급된다. 마치 나 이런 것도 읽어 봤어 하고 자랑하는 듯한.. 거기에 삽화 자료들을 보면 난 이런 희귀 자료도 갖고 있어라는 또 다른 자랑질이다.

파시즘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서 현재 까지의 이탈리아 역사가 개인사와 아우러져 혼재되어 진행된다. 사실, 책 자랑보다는 나는 파시즘, 무솔리니 얘기가 더 즐거웠다;; 그것도 그런 것이 에코 나이 또래가 어릴 때 읽었던 40년대 50년대 탐정 소설이니, 미키마우스의 이탈리아식 버전이니 이런 책들까지 얘기가 다 나오니... 단테의 신곡만 해도 제목 밖에 모르는 사람한테는 좀 무리가.. ^^;; 차라리 잘 아는 역사가 재미있지... 그리고 살짝 삐딱한 에코의 역사관은 늘 나에게 흡족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ㅎㅎㅎ

객관적인 책의 분위기는 이렇게 흐르나.. 결국 개인사를 재구성하는게 목적이었고, 책 후반부에 2번째 혼수에 빠지면서 내면 의식 세계에서 잃어버렸던 개인적인 기억들이 떠오르고 이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이 부분을 보면 결국, 에코는 자신의 첫 사랑, 상상 속에 이상화 되어 자신의 평생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교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데 마지막 촛점을 맞춘다. 물론 기억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안개에 대한 모든 문제는 다 해결한다. 문제는 결국 그 첫 사랑의 얼굴은 결국 안 보여준다는 거지만.

주인공은 스스로 자신이 그 동안 만난 여자는 바로 이 여자의 흔적을 쫓기 위한 과정에 불과 했다고 생각하고, 혼자 바라보던 짝사랑의 기억들을 재구성해나간다. 학교 앞에 기다리던 양아치 대학생의 베스타 뒷자리에 앉은 자신의 이상형을 바라만 보던 추억이러던지, 바로 뒷자리에서 연극을 보며 뒷모습만 바라보았던 추억 말이다.

가장 공감 갔던 추억은...
애써 방과후 그녀의 집에 찾아가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여러 문학, 희곡의 로맨틱한 대사들과 상대의 반응들을 상상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마주치자 꺼낸 한마디가 혹시 OO가 여기 살어? 한 마디였던 아찔한 기억. 순수 아니, 순진 했던 시절 짝사랑 앞에서 서서 입이 제 멋대로 놀아 당황해 봤던 남자들은 다들 공감할 듯... 나같이 말재주 없는 남자들의 경우에만인가? ^^;;; 지나고 보면 내가 뭔 짓을 한 거지라며 후회를 하지만.. 때는 늦으리. 저렇게 한 번 터뜨리고 나면 그 상대 앞에 다시 나타나기 힘들다. 상대는 신경도 안 쓰는데 혼자 피해 다녀야 한다. ㅋㅋ
상대에게 나란 존재를 각인 시켜주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멋져 보이고 싶은, 그러면서 뭔가 로맨틱한 분위기의 한마디.. 촌철살인을 하고 싶은데 말이지. 상대는 머릿 속에 아예 나란 존재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나 혼자 상대를 알 뿐인데.. 상대도 나를 알고 있으리라는 근거없는 믿음, 자신감을 바탕으로 혼자 상상하며 뿌듯해하는 불쌍한 고삐리-_-a

어디까지나 그녀는 그의 상상의 산물이고, 절대 그 처럼 문학에 조예 깊은 사람도 아닐 것이다. 겨우 겉멋든 대학생의 베스타 스쿠터에 한눈에 반하는 그런 여자라고 묘사하면서 그녀의 내면은 이와 모순되게 상상한다. 짝사랑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점이긴 하지.. 그래서 짝사랑의 해결책은 직접 상대와 부딪혀 실재 하는 상대, 구체적인 상대와 대면하여 상상을 깨뜨리는 것인 경우가 많다. 피상적인 상대이기 때문에 그녀는 여신일 뿐이니...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사랑스런 여자이지, 여신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내를 비롯해 자신이 바람 피웠던 대상과, 기억을 잃은 뒤 정신 팔려 혹시 기억을 잃기 전에 자신이 혹시 불륜 관계이진 않았을까 고민 했던 젊은 여비서 (일종의 상상 속의 바람일 듯)의 얼굴 등에서 그 첫사랑, 짝사랑의 그녀의 얼굴을 재구성해 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심지어 처음 봤던 할아버지 서재의 도색 잡지, 어머니의 여성잡지의 모델들의 얼굴들을 통해서 자신의 이상형을 재구성해 나가려고 한다. 주인공의 이런 노력을 보며, 문득 나도 내 이상형을 재구성해 보았다.

늘 단편적으로 입 큰 여자 싫고 ^^;;어깨 넓은 여자 싫고 뭐 이정도 얘기만 했는데...
그냥 전의 여자친구 얼굴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중학교 시절 인상 깊었던 얼굴들을 떠올려 보고 내가 어떻게 생긴 사람한테 매력을 느꼈었나 곰곰히 생각해보고 공통점들을 찾으려고 애를 써 봤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하나로는 못 만들겠더라. 정말 안개에 덮힌 듯한 희끄무레한 옛 기억을 시발점으로 해서 외모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타인에게 매력을 느끼는게 단지 외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어서도 그랬을 수도 있고 한데.. 물론 최근의 기억들도 조합의 대상이긴 하다. 

 글쎄 책 보면서 공상에 잠겨서 크게 2그룹으로 까지 그룹핑에 성공을 했었는데 (그렇다고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하면 똑같이는 절대 안 될 듯. 한 그룹이야 어느 정도 확고한 representative 또는 예시가 있고, 그 아류로 이루어진 집합으로 구성가능한 반면 다른 한 쪽은 그런 전형적인 representative를 찾기가 조금 애매하기에... 그냥 그룹1과 달라서 느끼는 매력의 집합 정도?  그렇다고 그 둘이 다르긴 하지만 완전히 대척점이라고 볼 수도 없고. 정말 장난삼아, 한 쪽은 키 크고, 한 쪽은 키 작고. 한 쪽은 피부 하얗고, 한 쪽은 피부 안 하얗고 ^^;; 한 쪽은 귀엽운게 포인트고 한 쪽은... 음 귀여움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가 뭐지-_- 안 귀엽다인가; 뭐 하튼-_- 그렇고. 한 쪽은 지적이고 한 쪽은 골 비고? -이건 장난이고. - 뭐, 이런 식으로 그룹을 나눌 순 없지 않는가-_-
외모로만 구성하려 했더니 애교니 성향이니 뭐 그런 것도 자꾸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 난 전혀 객관적이지 않으니 ㅋ -뭐, 사실 매력이란게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기도 하고.-
 게다가 나는 책의 주인공 얌보처럼 짝사랑의 상대가 기억에 지워진 것도 아니고, 대학교 때 몇번 다시 보기도 했고, 짝사랑의 대상이 내 기억과 다르다는 것도 확인을 했기 때문에 그 상대를 대상으로 기억을 짜맞추는 데 그다지 긍정적이지도 않고. 그 상대가 과거에 어땠는지, 내가 어떻게 상상했는지 몰라도, 현재 이렇지도 않고, 저렇지도 않고, 대신 이러하고 저러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이런 추상적인 작업을 하면서 그리고 얌보의 기억을 읽으면서 어쩌면 사랑에 대한 가장 좋은 보존법은, 얌보처럼 짝사랑에 눈이 먼 시기에 상대가 이민을 떠나고 -기억이 그 자리에서 냉동되고- 고등학교 졸업 때 즈음 죽어버린 것을 다 늙어서 죽기 직전에야 아는게 -도저히 복구할 방법이 없고-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들이 졸업한 고등학교는 화재로 인해 졸업 앨범과 같은 자료는 남지 않았단다- 오직 미화된 기억들만, 그 이후 인생의 사랑의 기억들, 감정들로 채색된 이미지가 만들어질 테니 말이다. 그런 이상적인 사랑에 목 메달던 시절도 있었지만(?) -믿거나 말거나-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관념적인 사랑과 실질적은 연애를 구별하게 되고, 심지어 모든 연애가 이상적인 사랑이 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연애가 이상적인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인정하고 만다.[이게 뭔 말인고? 내가 써 놓고 내가 이해 못한다. 막 이러지-_- ] (이 문단 대쉬를 너무 많이 썼다;; )

 읽기 싫은 부분은 내 마음대로 편집해 버리고 읽다 보니 -읽긴 읽었다 머릿속을 스쳐가서 그렇지- 이젠 잊은 줄 알았던 그 사람이 요새 자꾸 떠올라서 -심지어 몇달만에 꿈에도 나오시더라- 그런지 몰라도 이런 쪽에 촛점이 맞춰진 감상평이 되어 버렸지만...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어보면 얌보가 되찾고자 추구 했던 것이 자신의 개인사라기 보다는 촛점이 그녀에게 맞춰져 있음을, 다른 모든 개인사는 그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될꺼라고 혼자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다른 장치에 할애된 분량이 너무 압도적으로 많다 ㅋㅋ

희곡 시라노. 어디선가 줄거리를 보니 들어봤던 것도 같고.. 아마 서풍의 광시곡의 주인공이 시라노 이기 때문이리리라... 서풍의 광시곡 플롯이 어쩌면 이것도 포함하지 않았던가? 오래되서 기억이 잘... 물론 몽테크리스토가 출발점이고. 뭐, 게임 자체가 많은 문학 작품과 역사에 대한 오마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스토리 꽤 잘 짜여진 게임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러다 이 게임 다시 뒤져서 시작할 수도 있다. 실제 대학원 들어와서 한 번 다시 깼던 기억이 있다./사실 주인공의 이름이 시라노이나 여주인공의 이름이 록산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비운의 남-여 커플이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몽테크리스토의 남여 주인공도 비슷한 운명의 엇갈림을 겪지 않았던가 싶다-

이제 정말 딴 짓 안 하고 GRE에 매진해야지... 지하철에서도 소설 말고 단어장 보고...
-아마 단어장 들고 자리에 앉아 잘 꺼다에 걸면 거의 내기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부하기 싫어서 심난한 거라고 열심히 자기 최면 중.

Posted by 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