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身邊雜記 : 2007. 4. 5. 17:42
생각해보면 봄에 대한 인지는 사람마다 다른 거 같다. 아니, 정확히 시기 별로 다른 거 같기도 하다. 학생 땐 개학/개강이라는 키워드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날씨야 어떻든- 절대적인 표준 지표로 작용했던 듯 하고...

방학이 없어진 대학원 시절에는 야구 시즌 개막이 봄의 시작 기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체로 정상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기준-꽃이 핀다-와는 조금 동 떨어진 기준이였다. ㅋㅋ

근데 연구소와서 한동안 못 보던 하얀 목련 꽃을 보니 야구 시작도 안 했는데, 괜히 봄 기운이 펄펄 넘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연구소 라이프와 작년 가을 사건과 더불어 삶은 좀 더 피폐해졌더라도) 정서적으로 정상적으로... 라기 보다는 늙은건가-_-

연구소와 연구소 주변, 뒷산(언덕?)에 진달래, 산수유, 개나리와 벚꽃은 진작에 펴 있었지만, 이런 봄 꽃들보다 내게 임팩트 크게 느껴지는 건 목련이었다. 어릴 때 기억을 되돌아 보면,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 방 창문 앞에는 커다란 목련 나무가 서 있었다. 우리 집이 4층이었는데 그 나무 꼭대기가 3층 창문을 넘어 섰으니깐, 매우 컸다. 여름에 잎사귀 나면 내 방 창문 시야의 7,8할은 그 나무가 가려버렸으니깐. 이 나무의 영향일까.. 연구소에 여기저기 심어져 있는 많은 봄 꽃들 중에서 연구소에서 맞이하는 첫 봄에 가장 내 시선을 빼앗은 건 비록 기억 속의 그 목련 나무에 비하면 아기자기한 수준이지만 연구소 연못과 L0-L2 옆에 도열해 있는 목련 나무에 맺힌 하얀 꽃봉우리였으니깐.

솔직히 산수유 나무가 내 일상 생활권에 이렇게 가까이-L0동 입구 주차장 옆에 있다- 있어 본적이 없어서-그냥 산에서 보고 지나치던 것과 달리- 처음 꽃 폈을 때 가장 신기하게 본 건 이 녀석이지만,-나무 껍데기가 너무 특이하게 생겼어- 나한테 봄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건 목련인 것 같다. 예전 220동과 219동 사이 공간이 기억나면서-어릴 때 친구들과 공갖고 참 많이 놀았더랬다- 추억에 잠기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어서 인지 몰라도 말이다.

이번 주말이면 활짝 핀 목련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주말에 연구소 나오긴 싫고.. 주말에 비/바람이 몰아쳐 꽃잎이 다 떨어지지 말기를 기원하며...
금욜엔 개막전 보러 야구장이나 가야겠다~





Posted by 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