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가운데 연못. 연못을 시멘트로 쳐발라놔서(누가 박정희가 만든 연구소 아니랄까봐 연못 옆벽부터 바닥까지 온통 시멘트로 쳐 발라 놓았다는 -_- 수초가 없으니 썰렁하니 연못 밑에 화분 넣어서 수초 조금 심어 놨다는^^;;;) 그게 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그래도 잔디밭 옆에 나무로 둘러싸인 연못. 운치있다고 하긴 뭣하지만 잔디밭과 함께 그나마 연구소의 삭막함을 좀 덜어주는..
희안하게도 연구소 주변에 산은 왠지 삭막함을 덜어준다는 생각은 안든다-_-a
두어주 쯤 전에는 올챙이들이 놀더니... 주말 한번 지나니깐 올챙이들 싹 사라지고, 그 다음주에는 소금쟁이. 슬슬 개구리가 출현할 때 되지 싶지만 개구리는 절대 안 보인다-_-;; 얼마전부터 오리가 있는 듯 하더니...
오늘 엄마 오리 한마리 뒤에 새끼오리 한 열마리 줄서서가는거 보니깐 정말 귀엽더라. 날씨도 흐리고 해서 별로 산책할 생각은 없었음에도 밥 먹고 돌아가면서 연못가에 서서 괜시리 구경하게 되는.. ^^;; 뒤쳐지니깐 새끼오리들이 거의 물위를 뛰어가더라.. 날개 살짝 들고.. 말로 설명하면 이상한데 옆에서 보면 정말 귀여웠다는.. ㅋ
카메라가 없어서 텍스트로 감상 나열하지만. 글 솜씨 부족으로 이미지 보다 감상 전달 더 못하는 듯.. ^^;;
벌써 박사도 받고, 다수 유학도 가고, 일부 결혼도 하고 심지어 애까지 낳은 시간을 앞서 나가는 고등학교 동기들과는 달리.. 아직도 다수가 학부생인 교회 동기(남자) 애들. 슬슬 대학원생도 몇 생기고, 취직한 녀석도 두세명이 되어가지만... 심지어 아직도 군대에 가서 일병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뭐, 고등학교 쪽에 늦깍이 군인 안형준(은 그래도 병장일텐데)도 있으니깐 새삼스러울껀 없지만- 초등학교부터 학교에서부터 같이 알아온 녀석들도 있고, 단순 옆 학교 나와서 교회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던 녀석들도 있고, 대학와서 우리 교회 나오기 시작한 애들도 있고 알고 지낸 시간과 공유한 기억은 얼핏 제각각이긴하다. 중학교 때까지 친하다가 고등학교/학부생 때 별로 안 친하게 지내다 요새 다시 가까워진 친구도 있고. 과거로의 회귀랄까?
앞으로 뭐할껀지. 각박하게 살아가는 얘기가 아닌 조금 느긋한 얘기를 하며... 별 도움(?) 안되는 수다를 신나게 떨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보내는 일요일 저녁. 다시 내일이 되면 또 아둥바둥 살아가야 겠지만.. 느긋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은 것 같다. 지난 몇년 동안 변한게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마치 정지해 있었던 것 같은 사람들이어서.
자자.. 내일 챙겨갈꺼. 출입증(요새 월요일마다 자주 빠뜨린다 ^^;;).
음, 생각해보니 출입증하고 지하철 정기승차권만 있어도 되긴 한다...딴 건 없어도 그만이잖어~ ㅋ
+) 아, 그리고 교회 사람들과 왠지 판타지리그 또하나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려 8인제로 ^^;;;; ++) 어제 현대가 바보같이 한전한테 져서 오늘 재미 없을꺼라고 생각해서 현대vs삼성 경기 못 보는 거 안 아까와 했는데... 막상 놓치고 나니 아쉽네.. ㅋ 대한항공이 삼성 잡으려고 애쓸리 없으니 삼성 1위 확정인가.. 쳇;
오늘 그냥 점심먹고 귀찮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교회 째버릴까도 잠깐 생각했는데... 꽤 주저주저했던 일도 하나 잘 해냈고... (내 생각에..) 목장모임 땐 양들하고 대화도 좀 더 늘어서 살짝 더 친해졌고... 더 어색해지기 전에 다른 몇몇과도 빨리 친해져야 할 텐데... ㅋ 막상 알고지낸지는 꽤 되었는데, 별로 대화 안 하던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뻘쭘한 노릇이니 그렇게 되기 전에.. ㅎ
옛날 대학원 다닐 때는... 월요일이 랩세미나도 있고, 밤에 과외도 있고 해서 가장 피곤한 날이어서 가장 싫었더랬다. 과외 끝나면 12시였으니... 말 다했지. 쩝;; 그 피곤한 월요일에 과외를 잡은 이유는 월요일이 야구를 안 하는 날(과외를 월요일에 하면 야구 보고 싶은 날 과외때문에 못 보는 사태는 안 벌어진다는 ㅋ)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미나 땜에 어차피 놀 약속 못 잡는 월요일이고, 원래 월요일 약속은 드물기도 하고. 이왕 버린 월요일 제대로 버리자 라는 생각을 갖고 그리 정했더랬다. 연구소와서 월요일에 아무 일 없어 나아질 줄 알았으나..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안다는 거.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월요일. 엘리베이터 내려오면서 아침에 씻는 동안 와 있던 성경구절 관련된 문자 2개 확인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평소엔 하나 와있는다만.] 하루를 시작했다. 개찰구 도착했을 무렵 어째 쫌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개찰구부터 플랫폼까지 막 뛰어내려가는데, 출발하는 13분 열차.. '으아아악~ 또 지각이다'로 시작하게 된 하루. 오늘 분명 내가 도착했을 때가 12분 좀 넘었을 때였단 말이다. 평소보다 조금 빨리 온 지하철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그렇다고 16분 열차도 똑같이 일찍 오는 건 아닌데다가.. 꽉꽉 들어찬 만원 열차 라는..켁-_-^ [16분 열차가 1~2분 정도 빨리오면 이촌에서(7분걸린다) 뛰면 중앙선(23분) 갈아탈 수 있을꺼다]
아침 Tea미팅이 끝나고 10시반에 KAIST 최교수님와서 위탁과제 관련 미팅이 있는 관계로 회의실 준비하고 해야 하는데 짬이 한 15-20분 있었나? 그 절묘한 시각에 맞춰 울리는 핸드폰. 그리고 뜨는 번호 뒷자리 4개 7535 헉.. 교수님이셨다. 한동안 내 번호 없으셔서 나한테 전할 말 민하한테 전화 거시기도 하셨던 분이 어찌 다시 내 번호를 알아내셨을까만은... (뭐, 사모님도 내 전화번호 갖고 계신 마당에..) 랩사람 아무한테나 물으면 나오는 번호이긴 하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을 줄 알았던 BTSO논문 얘기를 하시더라. 흐음. 그리스-터키 여행가기전 3일? 5일? 정도 매달려서 초고 써서 보내드리고, 교수님이 원하시는 보충 데이타까지 새로 정리해서(이거 정리하느라 여행 전날?전전날? 날샜더랬다) 보내드렸던 거. 원래 실험은 2004년 9월에 거의 다 마무리 되었고, 12월에 완돈이형 디펜스하고 나서는 정말 장비가 속썩이느라 추가적으로 실험한건 별로 없고 분석 조금 더 진행한거 조금 있었던거 2005년 접어들어 논문 써야지라고 마음 먹고 초고를 2006년 7월말에 썼던 것이다 ^^;;;; 그러니 머릿속에 기억이 희미할 밖에. 그 관련된 데이타 물으셨던 거 집에서 예전 파일들 뒤져 방금 확인해봤다. 아까 생각나는데로 내가 그 당시 제 정신이면 이렇게 했을꺼야 하는 걸 말씀드렸는데, 틀리면 확인해보고 연락드린다고 했는데 다행히 맞는 듯 ^^ [아직 머리가 고물이 되진 않았구나 싶더라]
그리고 10시반에 최교수님과 미팅. 점심은 한정식집에서 포식 ^^;
돌아와서 조금 숨돌려주시고.. 바로 화요일 아침 미팅 준비. 오후에 잠깐 30분 눈 붙여 주고.. 결국 저녁도 나가서 먹자고 하셔서.. 두부집. 월요일 저녁부터 동동주라니.... 흠흠 -_-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미팅 준비 이어서 했다.. 회식하고 집에 못 갈 때 기분 참 그런데.. 어쨌든...
돌아오는 퇴근길. 지상청량리역. 이번 열차는 당역종착. 뚜시궁. 결국 지하철 20여분 기다렸다는... ㅡ.ㅜ
셔틀에서 이승용 선배님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병특 시작을 중소기업에서 하다가 KIST로 와서 연구소에서만 일해본 나랑 관점이 확실히 많이 다르더라. 물건 가격이 얼마고, 제품화될 수 있을까, 없을까 이런 생각하는 과정도 훨씬 구체적이고. 나는 기업에서 일해보질 않아서 이런 쪽은 조금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라고 핑계를 대지만. 하튼 재미있는 얘기 많이 들었다 ^^; 덕분에 지하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았다는 거 ㅋㅋ
돌아오는 시장길. 아직 문 닫지 않은 과일 가게에서 떨이 정리하는 걸 보면 하나 살까 했는데, 엄마가 딸기(2000원)랑 바나나(1000원) 사서 오셨길레 아들된 도리로 맛있게 먹어드렸다 ^^ 역시 안 사길 잘했어 ㅋㅋ
창립 기념일이라는 명분 속에 간만에 얻은 휴일~ 낮에 엄마 시장 볼 때 짐꾼 잠시 해드리고.. 오후에 간만에 시내.
발렌타인데이가 근처였다고 커플이면 티켓 한 장으로 2명이 입장가능하다는데... 입장할 때 잠깐 커플 행세 하는 거 쯤이야... 뭐, 핸폰에 같이 찍은 사진만 보여줬도 인정 되었다... 워낙 가짜 커플들이 많아서 그렇게 걸러내야 된다나...? 흠흠... 안 걸러져서 죄송~ ㅋㄷㅋㄷ
재미있는 그림들도 많고.. 기발한 그림들도 많고... 참신함이 번뜩이는 것들도...
그림들이 샤샤샥~ 둘러보기엔 조금 배열이 복잡했던게 좀 마음에 안 들었던거 빼면... 공돌이 용어로 user unfriendly하다고 한다.
날이 좀 풀리고 하니깐.. 요새 2,30분 남짓 점심 산책을 하곤한다. 정말 산보수준의 속력으로 가볍게..
주로 등장하는 화제는 뻔하긴 하다. 뭐, 연구소 돌아가는 얘기나, 과제 새로 만드는 얘기, 또는 책 얘기-Elegant Universe나 우주의 구조 같은-, 물리 이야기-양자역학, 끈이론같은-가 가장 자주 화제에 오르긴 하지만... 가끔 요새 애들 교육문제-과외,학원-따위. 아, 아포칼립토 같은 영화 얘기도 화제에 오른 적이 있군. 그런데 간혹, 안 어울리게 엉뚱한 화제도 등장하곤 한다.
몇일 전에 새들 때문에
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훨훨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울사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라는 유리왕의 황조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L모 박사님이 자웅황조 어찌구... 하는 바람에.. ㅋ "야, 신진 너 자웅화조라고 아냐?" "그거 혹시 황조가 잘못 읊으신거 아니세요?" 뭐 이런 식의 대화..
오늘은... 김춘수 시인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결국... 얘기의 마무리는 이름 불러주기 전에 삶은 평탄했으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x되었더란다라는 슬픈 전설로 마무리되었다나 뭐래나.
제목에 어울리는 사진 하나 실어야 될 것 같은 압박을 느끼지만.. 카메라는 잘 안들고 다니는 관계로.. ^^;; 텍스트로만. ㅋ
주말에.. 아니 정확히 토요일에 눈이 좀 왔더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요일에 예상외로 충분히 따뜻해서 내가 돌아다닌 곳의 눈은 거의 다 녹아있었기에... 눈이 왔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었더랬다.
오늘 출근길. 셔틀 버스 위에 수북히 싸여 있는 눈. 지훈이형이랑 지하철역에서 만나서 같이 오다가 든 생각. 얼레? 그리고, 뒤이어 설마.. 했다.
그런데 정말 KIST 정문 들어가니깐... 바깥과 다른 설경이 펼쳐져 있더군. ^^;; 중문에서 내려서 보니 KIST 내부 도로는 얼음반에 눈 녹은 물과 함께 어우러진 진창. 옆에서 경비원들 모래 뿌리고 있고-_-;;
옆에 연못은 얼어있고 연못 옆에 풀밭은 아무도 안 밟은 눈밭이 좌악 펼쳐져 있고... KIST 담장 안과 밖으로 마치 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 뭐, 이 글 보면 랩에 누가 학교도 그래~!! 라고 할꺼 같다만;;
눈온지 꽤 지났지만... 게으름 피우고 나와서 풀밭에, 공터에 소복히 쌓인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뽀드득 하면서 밟으면 기분 좋은거 ... 물론 새벽부터 밤새 내린 눈을 아침 일찍 일어나 정말 아무도 안 밟은 그 눈을 밟으면 마치 瑞雪인 듯양 기분 좋아지지만... 게으름 피다가 뒤늦게라도 발자국 하나 없는 공터의 눈 밟는 기분도 만만치 않다는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