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

斷想/雜談 : 2010. 1. 24. 23:04
서울에서 첫 일주일이 그랬듯이,
보스턴으로 돌아와서 다시 첫 열흘.

다른 아무 것도 신경쓸 필요 없이 딱 한 가지만 머릿속에 집어 넣구 지내니깐 정말 좋더라.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그냥 눈깜짝할 사이에 황금같은 내 인생에 마지막 백수기간을 보내버렸지만,
그 지나간 짧은 시간이 안타깝기 보다는, 그 시간을 이렇게 누구 덕분에 즐겁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서 참 감사한 것 같다.

수업도 없고, 랩에도 안 나가고.
일상 한 가득 오직 한 사람만 생각하고 살아본 게 이번이 처음인데,
그냥 이렇게 평생 살고 싶어졌다. 옛날엔 내가 백수하면 좀이 쑤셔서 못 견딜 줄 알았는데,
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다른 이와 함께 일상에 머물러 있는 게 이런 경험일지 몰랐다...
맨날 똑같은 일상인데, 뭐 감흥이 있을까 했는데,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 그 반복됨 가운데 존재하는 작은 변주들이
그렇게 즐겁고 소중한 기억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겪어보니 지금 껏 지내온 무미건조한 일상과 이런 일상을 같은 단어로 불러야 된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고 어색할 따름이다.

Posted by Q1

귀환.

斷想/身邊雜記 : 2010. 1. 24. 00:34
처음 서울 나갈 땐 그게 귀가라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막상 집에 가니깐, 이게 울산 집에 갔을 때 그 느낌인 것이다.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 놀러간 기분.
처음엔 화장실도, 내 방, 내 책상 모두 다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
그나마, 딱 하나 내꺼 인거 같은 건 차 밖에 없더라.. 4달 동안 여기서 다른 차를 운전을 안한탓인지 몰라도.

보스턴 돌아오니깐...
기숙사 돌아오다가 길 헤맨 것만 빼면...
이게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드는 거다 orz

이젠 여기가 집인가...

은근 서울 내방 데탑 컴터 하드에 옛자료들이 많이 있는 것에 놀랐음..
고1 때 반 음악회 모두가 없어졌다는 7번(?)트랙화일이 버젓이 내 꺼에 있더군.
애들한테 보내고 온 다는걸 그냥 와서.. 쿨럭.
다음 번에 갔을 땐 정말 컴터 어케 하고 하드 떼어 오던지 담아오던지 먼가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겠다 싶은데, 다음 한국에 가면 기억하고 있을까? ^^;;

월요일 하루 더 놀고자, 교수한테,
월욜에 휴일이라던데, 나 화요일에 몇시에 가면 되냐고 메일 썼다가..
자기 학회간다고 다음주 월요일에 오라는 메일 받았...

알고 보니 교수 월욜까지 출근했고, 화욜에야 학회 갔음 ^^a

2009년 하반기-아직 음력 설 안 지났으니 아직 포함시키기로 하자-에는 이래저래 그 동안 못 부렸던 여유 마음껏 부려본 듯하다. 앞으로 이런 날들이 과연 다시 올 것이가...
(생각해보니 다시 오는 것도 그리 바람직 해 보이진 않는다^^;;)

+) 돌아와서 1주일이 지났건만 마음이 딴데 가 있으니 시간 많고 놀면서 글 쓸 여유가 없더라는 상대성의 법칙 ^^;; 이번 1주일 정말 시간이 날라갔어... ㅡ.ㅜ
Posted by Q1

학교

斷想/身邊雜記 : 2010. 1. 12. 18:42
오랫만에 학교간 얘기.
근서가 학교에 있을꺼 같다구 해서.. 나오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학교로 찾아갔더랬다..
동원관 3층은 분명 지난 여름에도 근서랑 나오기 직전에 갔었는데, 그새 바뀌어 있었고.
공대 옆 짜투리 땅은 또 무슨 건물 짓는 다고 막아놨고-_-
35동 겉에 리노베이션 완공된 건 처음 봤고.

학교는 미쳐 신경 쓰지 못하는 곳곳, 어..어랏? 하면 먼가가 바뀌어 있었다.
테니스 코트 부근은 이제 내가 옛날에 테니스 쳤던 기억 속의 장소가 아니었다. 주변 배경이 싹 달라져 있던걸-_-;; 행정대 쪽 건물들이던가? 내가 막 공사 시작하려고 할 때 학부 졸업하고, 공사 한창할 때 석사 졸업했는데, 석사 때부턴 거의 테니스 안 쳤으니깐.

실험실은 이제 2년 반동안 내가 있었던 기억 속의 흔적은 거의 없어져간다...
215호 측정실부분 조금 -낡은 probe station만은 내가 석사 들어왔을 때부터 그대로- 216호 증착 장비들은... 224호에서 이사해와서 나랑 오성이형, 상운이형이 장비 배치 했던 때와 너무 달라졌을 정도로 빽빽하게 장비들이 더 생겨서 내가 실험했던 실험실이 아니라 무슨 낯선 실험실에 나한테 익숙한 장비 몇대가 남아 있는 기분이 들뿐이었다.(그새 KIST실험실이 익숙해진 탓이려나?) 214호도 그렇고, 213호는 나 때는 오피스였는데 실험실 된거고. 212호는 강의실에서 오피스로 바뀌었다가, 이젠 우리 랩 회의실(세미나실?) 옆에 새로 오피스 한 모듈 더 먹었다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굳이 들어가 보진 않았다만...
그러고보니 215호 완돈이형이 앉았던, 재원이형이 앉았던 그 자리 책상 없어졌네;;; 내가 자주 놀러가서 많이 노닥거렸던 자리...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풍경은 이제 거의 찾을 수 없고, 내가 졸업할 때 쯤의 모습도 정말 찾기 힘들더라... 217호가 이렇게 좁았나... 옆문 막으면서 실험실 쪽 벽에 방음공사한다고 책상 사이 거리가 좁아져서 사람 지나다니기가 아주 힘들어졌던데? 224호 박찬 교수님께 내주고 새로 정수진 교수님방 받아서 이사해오면서 나름 내가 직접 꾸미고 배치하고 정리했던 216호 실험실과 217호 오피스가 달라지면 달라질수록 그만큼 실험실이 낯선 곳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오늘 217호 문 열고 들어갔는데... 익숙한 민하, 상운이형, 한정환 얼굴은 보이는데 확 빽빽해진 것이 내가 지내던 그 곳이 맞나 싶은 그 어색함.

금석이형이 다시 실험실 컴백해 있어서 진짜 놀랬고.. 삼성에 몇년 있었더라?
성근이형은 계약 교수로 연구교수가 되었다고 하고. -말 없는 건 여전하고.
경민이형은 또 실험실에서 학회 주최 맡아서 학회 등록 웹싸이트 만드느라 정신 없고..

윗방의 종호는 여전히 생글거리지만... 피곤에 쩔은 모습.
또 주제 바꾼다고? -_-a 제발 좀 그러지 말지... 장비만 손 대면 3-6개월이라니 뭐 할 말은 없는데... 하긴 내가 박사 3년차 걱정해줄 상황은 아니지.. ;
태열이는... 또 MRS 봄 샌프란간다고.. 3번째.. 툴툴툴. 가을에 MRS 보스턴 좀 오라니깐..
예전에 용철이랑 셋이 붙어 다니던 시절이 좋았는데... 이젠 셋이 함께 얼굴 보는 것도 힘드니깐... 에휴.. 그게 몇년 전 얘기냐...

그래도 고등학교는 내가 다녔던 학교란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데, (물론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긴 정말 갈 때마다 바뀌니... 학교 자주 바뀌는 것도 참 안 좋은 것 같다. 뭐 내가 관악으로 옮겨왔을 때 지어진 3,40년 버티고 버틴 건물들에서 학교를 다녔고, 새로 다시 지을 타이밍에 졸업을 한게 문제일 수도 있다만...

+) 쓰다말고 미루고미뤄놨던 학교 기행문은 대충 이정도로 마무리.
Posted by Q1